'황제' 우즈보다도 6개월 빨랐다…'PGA 최연소 2승' 거둔 김주형

입력 2022-10-10 17:42   수정 2022-10-24 00:31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2승 선수로 타이거 우즈와 같은 반열에 올랐어요. 굉장하고, 믿을 수 없고, 영광이에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활동은 정말 즐거워요. 디즈니랜드에 온 다섯 살짜리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서머린(파71).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00만달러) 우승자 인터뷰 현장에 ‘얼음장 멘털’을 자랑하는 패트릭 캔틀레이(30·미국)를 2위로 밀어버린 승부사는 없었다. 그저 우승의 기쁨으로 통통한 볼을 한껏 끌어올리며 해맑게 웃는 스무 살 청년만 있었다.

‘슈퍼 루키’ 김주형(20)이 PGA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24언더파로 세계 랭킹 4위 캔틀레이를 3타 차로 꺾었다. 투어 통산 2승째. 만 21세 전에 2승을 올린 것은 1996년 타이거 우즈 이후 26년 만이다. 당시 우즈는 20세 9개월에 비회원 출전 포함 20경기 만에 2승을 거뒀다. 김주형은 20세 3개월의 나이로 18경기 만에 2승을 거뒀다. ‘황제’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며 PGA투어에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한 순간이다.

단 두 달. 김주형이 PGA투어를 꿈꾸는 수많은 도전자 중 하나에서 우즈와 비교되는 스타로 떠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는 지난 7월 초청선수로 출전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하며 PGA투어 특별임시회원 자격을 땄다. 그렇게 출전한 8월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덜컥 우승하며 2000년대생으로 첫 번째 PGA투어 우승자가 됐다. 지난달 프레지던츠컵에서는 인터내셔널팀 대표선수로 출전해 전 세계 골프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22~2023시즌 첫 출전 무대였던 이번 대회에서 김주형은 1라운드부터 펄펄 날았다. 경기 내내 리더보드 상단에서 우승경쟁을 하며 전날 54홀까지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최종전에서는 캔틀레이와 19언더파 공동선두로 맞붙었다. 둘은 경기 내내 엎치락뒤치락 선두를 뺏고 뺏기는 승부를 펼쳤다. 흡사 김주형과 캔틀레이의 매치플레이 같았을 정도다.

운명은 18번홀(파4)에서 결정됐다. 경기 막판 2타를 추격하며 상승세를 탔던 캔틀레이가 티샷을 당겨치는 바람에 공이 페널티 구역에 빠졌다. 그는 덤불 사이 떨어진 공을 벌타 없이 빼내려다가 실패했고, 다음 샷은 해저드에 빠뜨렸다. 결국 한 홀에서 3타를 잃으며 스스로 무너졌다.

우승이 확연하게 김주형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 그래도 김주형은 들뜨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표정과 태도에서는 이제 스무살이 된 청년답지 않은 차분함이 묻어났다. 김주형은 자신의 플레이를 하며 파로 홀을 아웃했다. 72홀 전체 보기 없는 플레이, 완벽한 우승이었다. 18홀 그린에는 먼저 경기를 끝낸 이경훈(32), 임성재(24), 김성현(24)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뜨거운 포옹을 하며 축하를 건넸다.

김주형을 두고 골프계에서는 세계랭킹 1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아직 스무 살인 데다 강한 체력을 가져 세계 톱랭커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단단한 멘털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각국을 떠돌며 ‘노마드’ 생활로 골프를 익혀야 했다. 김주형은 “내 우상인 우즈의 기록과 비교되는 나 자신이 믿을 수 없다”며 “그저 열심히 연습하고 계속 우승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들며 한국 남자 골프의 부흥을 알렸다. 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최다 톱10 기록이다. 올 시즌 루키 김성현이 20언더파 264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자신의 첫 PGA투어 톱10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 임성재는 7위, 김시우는 공동 8위를 차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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